A: 처음에는 정말 단순하게 좋아하는 곡들을 듣기 좋게 엮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생각해보면 어릴 때 주변에는 늘 흥을 돋우는 다양한 음악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흥과 여유가 있는 멋진 분이신데, 차에서도 그렇고 집에서도 늘 당신이 직접 구우신 공시디를 들으시곤 했어요.
그게 꽤 다양한 장르였던 것 같아요. 별개로 CD도 많이 수집하셨어요. 윤수일 선생님의 아파트부터, 칸예 웨스트의 앨범까지 스펙트럼이 무척 넓으셨죠. 그때의 경험이 컸던 것 같아요. 그걸 토대로 저 역시 좋아하는 곡들을 테마로 묶어 만든 믹스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이 행위를 테마에 부합하는 곡들을 (주로) 좋아하는 장르 중심으로 채워 공유하는 개인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애초에 뭘하겠다라고 깊이 생각하고 만든게 아니기에 무드 앤 매너도, 매주 설정하고 있는 테마도 소비해주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조금 혼란스러울 만한 부분들도 있죠. 무엇보다도 저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프로는 아니지만, 애정을 토대로 깊이를 만들어가는 아마추어리즘 성향이 강한 개인 콘텐츠라는 사실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명확한 구분점을 저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A: 오히려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더 캐주얼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엉망인 것들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겠다 이런 건 절대 아니예요.(웃음) 다만, 가볍게 시작해서 즐거움을 쌓아가고 있으니 지금 상황에서 일종의 전문성이나 지식의 학습 같은 과정이 제 어떤 부분에서 나오는 고유의 자연스러움을 훼손할 수도 있겠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부담과 무게감이 느껴지니까, 애정이 있어도 결국 가능성을 축소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위축되는 거죠. 제가 즐겁지 않고 억지로라면, 그건 듣는 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아직도 완성도만큼이나 순순한 즐거움, 그리고 곡을 엮으며 발생하는 돌발적이고 충동적인 접근들이 조금 더 재미있는 단계예요. 그런 부분에서 온전히 저를 더 던져보려고 노력해요. 결국 애정을 토대로 깊이를 만들어가는 아마추어의 구분점을 스스로 확립하고, 그걸 계속 인지하며 발생하는 엉뚱한 뉘앙스들과 매력을 애정하기 때문인 셈이죠.
A: 가장 베이스가 되는 건 늘 195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의 포진된 R&B 곡들이에요. 저는 클래식부터 랩까지 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에 꾸준히 노출되었던 것 같아요. 운이 좋게도 그 다양성의 혜택을 다른 분들보다 많이 누리며 성장했어요. 그런데 잊히지 않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어요. 초등학교 2~3학년 쯔음 여름방학이었던 것 같은데, 음악을 하던 사촌 형 방에서 흘러나오던 BOYS II MEN의 <Evolution>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였는데, 말 그대로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죠.
그 후로 R&B 장르에 관심을 갖고 부모님께도 꾸준히 어필했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사 오시는 다른 시디들 속에 종종 R&B 앨범들이 섞여 있더라고요. 다양한 곡들을 들어왔어요. 너무 어릴 때여서 취향이랄 것도 없었지만 그저 막연하게 좋았어요. 가사를 못 알아들어도 듣고 있으면 리듬과 그루브가 마냥 즐겁고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음악에 나를 내던져도 되겠다 싶은 느낌이었죠. (웃음)